포토로그

_

hhyungju.egloos.com


안녕하세요
by hyungz


#148 일상

20170630
1
어렵사리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해수욕장에서 잠시 내렸다. 발을 담근채 들어갈지말지 고민하던 중에 흐릿했던 하늘에서 볕이 내리쬤다. 보잘 것 없는 웃통을 깐채 수영을 했다. 좀 쑥쓰러우면 어떠한가. 이게 내 몸뚱인데. 윗 옷만 갈아입고 한적한 벤치를 골라 편의점 도시락과 병맥주를 먹었다. 다 먹고 조금 누워있다가 버스를 타러 갔다.

2
숙소는 찾기 어렵지 않았다. 돌담과 밭이 전부인 동네에, 돌로 지은 2층집외에는 아무 건물도 없었다. 큰 개가 아는체 해달라며 방방뛰었고, 소리를 듣고 주인 아저씨가 나왔다. 2층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대접받았다. 경치가 정말 좋았다. 집 앞부터 바다까지는 돌담으로 둘러진 꽃밭이었고, 바다에는 까만 돌들이 흩어져 있었다. 바다 멀리에는 하얀 풍차 여러개가 숙소를 보고 서있었다.
주인 아저씨는 은퇴한 여행작가였다. 내가 서울말씨에 전라도 사투리가 희미하게 섞여있다며 부모님이 전라도 출신인 서울 사람임을 바로 짚어냈다. 자기가 가장 많이 책을 낸 여행작가라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기분 나쁘지 않을 만큼 오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편안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성격이었다. 게스트가 오늘은 나 혼자라며 해물볶음밥을 만들어주셨다.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며 으쓱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테라스에 나가 맥주를 먹다가 일찍 침대에 누웠다. 

3
선비 놀음이구나.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아까 밥을 먹을 때, 주인 아저씨는 아이가 있었다면 꼭 나만했을 거라고 했다. 
"우리는 일부러 아이를 낳지 않았어요. 우리의 삶에 더 집중하기로 했거든. 우리 게스트 분은 아이를 낳을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서, 나와 그 사람을 반씩 닮은 아이를 갖는다는 것. 생각만해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흐뭇함이 솟구친다. 하지만 그로 인해 포기하는 것들이 지금도 가족을 위해 일하고 계시는 우리 부모님과, 선비놀음하는 이 아저씨의 차이만큼 있는 건가. 아니, 이 사람은 행복하다고, 우리 부모님은 당신들이 불행하다고 느낄까. 우리 아빠도 내가 생기기 전 언젠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